잡담

어떤 시작의 수기 -1

방탕서른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아이템 설정이었다. 사실, 이 단계를 명확히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기술적인 측면에 신경을 쓴 탓이다. 자기변론 일 수도 있지만 사실 퇴직 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뚜렷하게 스타트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지금까지 배운 것을 토대로 결과물을 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함께 비영리 형태의 매거진을 계획하는 게 본래 목적이었다.

초기 기획이었던 <텐미니트>는 이런 방향과 목적을 띠고 시작됐다. 수익 사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익의 범주를 돈이 아닌 구독자로 한정했다.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의 구독자를 갖춘 시점에 네이티브광고나 바이럴마케팅, 유료화 등 수익 사업을 진행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생각에서였다. 웹 기반의 매거진은 다른 인쇄매체에 비해 투자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했다. 그게 웹 매거진의 장점 중 하나였다. 물론 매거진 개발 비용이 초기 투입되지만, 워드프레스 기반 제작과 자체적인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극복 가능했다는 점도 주요했다. 하지만 가장 큰 리스크는 자만과 욕심이었다. 내 노동력이 투입되는데, 비영리로 운영해야만 하느냐와 더불어 아이템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피봇하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방탕서른> 이었다. 이 아이템은 친구와 함께 만들었다. 삼십대 만의 고유한 정서와 소비문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 매거진을 론칭해 보자는 거였다. 여기에는 기존의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을 롤모델로 했는데 실용적으로는 아웃스탠딩의 모델을, 감성적으로는 트웬티스 타임라인을 벤치마킹했다. 성공한 브랜드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척박하고 치열한 스타트업 시장에서 2년 이상 유지되며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았다. 또한 그들의 콘텐츠 취재, 작성 방식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 뭣도 모르고 뛰어든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실제는 달랐다. 아무리 많은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해도, 상상은 상상일 뿐이었다. <텐미니트>는 수익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콘텐츠 포맷을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시장에 먹히든 안먹히든 내가 쓰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됐었다. 해당 글에 ‘좋아요’를 누르던 만던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방탕서른>의 경우 수익을 목표로 해야하기 때문에 ‘독자가 돈 내고 볼 만큼 매력적인 킬러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조차 답을 할 수 없었다.

웹사이트는 <텐미니트>로부터 이어진 것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기술적인 외형의 80%는 완성이 됐지만, 정작 담아낼 내용이 없었다. 콘텐츠 사업에 콘텐츠가 부재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스타트업의 첫 단계. 생각하지 못했고,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단계에서 진짜 ‘첫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 글은 처음에서 최후로 이어지는 전투에 관한 수기다. <방탕서른>의 스타트업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체험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적어볼 요량이다. 누구의 말 대로 지금, 어떤 확신 같은 건 없지만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결말도 알 수 없다. 어느 한 쪽이라도, 하나는 명확해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으로 도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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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은게 많아요. 어느 순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하고 싶을 걸 택할 겁니다. 삶은 짧고, 불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