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어떤 시작의 수기 -2

방탕서른을 구상한 것이 10월 말의 이야기였으니 이제 두달이 되어간다. 그 두 달은 방탕서른에 있어 고민과 갈등의 시간이었다. <수기 –1>의 연장이기도 했고, 아무런 성과를 감지할 수 없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지난 주 동업자 친구 K를 만났다. 회동은 매주 했지만, 지난 주에는 좀 더 솔직하게 방탕서른에 대해 털어놨다. 곱씹자면, 친구 K는 회동 때마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이 부분에 있어 합의를 봤다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위로나 공감의 세가지 감성 확장에 주력하는 것. 여기에 방탕서른의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역할 분담을 했다. 우리가 상업성(혹은 바이럴)에 포커스가 맞춰진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필진들(우리의 셀렉에 의한)은 방탕서른의 정체성에 맞는 콘텐츠를 써주길 바랬다. 비율은 우리가 3, 필진이 7의 비율로 하루 2~3건의 콘텐츠를 써준다면 방탕서른도 무리없이 우리의 방향대로 움직여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게 방탕서른을 운영 함에 있어 우리의 콘텐츠 작성 부담도 적다고 봤다.(우리는 경영도 함께 해야 하니까…)

친구K의 고민은 필진이 우리가 생각한 대로 일정을 포함한 글쓰기 스타일까지 맞춰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그래서 나는 초기 필진 셀렉이 중요하다고 했고, 최대한 우리의 정체성과 조건을 수용하고, 결정적으로 책임감 있는 필진을 섭외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봤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정이지만, 반대로 필진들이 우리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하나의 가정일 뿐이다.

우리가 롤모델로 하고 있는 ‘아웃OOO’의 경우에는 3명의 저널리스트가 취재와 경영을 함께 하고 있다. 직원 수도 셋이다. 취재와 경영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셋이서는 무리다(이외 인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친구K는 필진의 비율을 낮추고 우리가 의도한 대로, 방탕서른을 꾸려주길 원한다. 아니라면, 우리가 필진을 최대한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자의 경우는 생각해봐야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얼마든지 초기 철저한 셀렉을 통해서 어느 정도 컨트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그런데 어느 경우라도, 문제는 있다. 필진의 비율을 줄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쓴다면 일단 투자는 줄어든다. 고료(우리의 경우 대부분의 비용 항목)가 줄어들 테니. 반면, 우리의 노고는 커진다. 노고는 피로를 부른다. 후자의 경우에는 역시 비용이 절대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피로는 준다. 이 시간에 경영에 매진할 수 있다. B2B를 통해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것은 방탕서른의 기본적 운영에 관한 내용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또 한 가지의 고민은 다음 스토리 펀딩이다. 초기 나는, 스토리펀딩보다 텀블벅에 펀딩 플랫폼을 차용했으면 했다. 텀블벅이 브랜드 런칭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해야 스타트업이고 콘텐츠를 재료이기는 하지만, 초기에는 이야기보다는 방탕서른의 브랜드 이미지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뜻이였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 친구K의 뜻대로 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데 콘텐츠를 통해 방향성을 알리는 것도 주효한 목표라고 봤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있었다. 스토리펀딩으로 어떤 주제의 기획을 할 것인가. 어떤 것이 우리의 정체성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것은 한 달 전 우리의 고민이었다. 논의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 인가”에 대해 또 논의를 해야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퇴사 이후 기존과 다른 걸 도전해보는 사람을 중점적으로 인터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는 이견이 있었다. 인터뷰이의 인지도, 스토리, 분야 심지어 외모까지.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 인터뷰를 해야한다는 거였다. 사업은 쉽지 않은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3주간, 방탕서른의 흐름이었다. 여기에는 문제점 만을 적었지만,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시그널도 있었고,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아직 힘들고, 앞으로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회상할 날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게 나와 친구 K의 바람이다.

되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은게 많아요. 어느 순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하고 싶을 걸 택할 겁니다. 삶은 짧고, 불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