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Video
리뷰

영화 ‘로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로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10번째 작품입니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로 공식적으로는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 TV로 보시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극장 관람이 권장되는 작품입니다. TV로 혹은 스마트폰으로 보기에는 조금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TV로 보는 것이 감상을 방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영화를 이해하는데는 조금의 무리도 없습니다. 쿠아론 감독이 작품 속에 기술적으로 구현해 놓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끼고자 한다면,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로마는 65mm 디지털로 촬영됐습니다.(일부에서는 필름을 썼다는 분들도 있지만 아닙니다) ARRI사의 ‘Alexa 65mm’ 라는 카메랍니다. 현대 영화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포맷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카메라 수도 워낙 없고, 현상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거장 감독들에 의해서 65mm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했는데요.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크리스토퍼 놀란, 가장 최근에는 데이미언 셔젤이 썼습니다.

이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쿠아론 감독이 왜 65mm를 썼는지 이해되실 겁니다. 로마는 수직보다는 수평이 중요한 영화입니다. 로마는 클레오의 영화입니다. 클레오는 쿠아론 감독의 어린시절, 그러니까 자신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 가정부 ‘리보 로드리게즈’를 모델로 했습니다. 카메라는 횡으로 움직이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움직입니다. 마치 그녀에 고정됐을 어린시절 쿠아론 감독의 시선 같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왜 65mm가 쓰였는지 확고해집니다. 삶의 파노라마를 잡기 위함입니다. 그녀를 둘러싼 1970년대 멕시코의 수상한 공기와 슬픔, 비극, 환희의 순간을 잡아내기에 그보다 효과적인 포맷도 없을 겁니다. 전작 그래비티에서 우주라는 공간이 스펙타클보다는 외로움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말이죠.

또 하나 극장에서 봐야하는 이유로 사운드를 꼽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철지난 포맷을 쓰고 있지만, 사운드 만큼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자랑합니다. 돌비사의 ‘애트모스’(Atmos)를 차용했습니다. 돌비 5.1을 넘어선 보다 현실감 넘치는 청각적인 체험을 선사합니다. 요즘에는 TV에서도 애트모스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본연의 사운드를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아마 제대로 즐기려면 천만원대 투자를 해야할 겁니다. 그냥 극장에서 보는 게 낫겠죠.

그래비티가 엠마누엘 루베즈키라는 걸출한 촬영감독의 테크닉으로 시각적 체험을 제공했다면, 로마는 청각적 체험이 중요합니다. 물론 ‘뼛 속까지 울리는 베이스’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효과로 쓰인 사운드 대부분, 우리가 흔히 듣는 ‘화이트 노이즈’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차량 경적 소리, 물청소 하는 소리, 비행기의 엔진소리. 모두 쓸데 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이는 분명 쿠아론 감독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의 매개일 겁니다.

극중에서는 단 한 장면, 음향이 소거된 부분이 있습니다. 반드시 들려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로마에서 가장 마음 아픈 장면입니다. 쿠아론에게 소리가 매개였다면, 클레오에게는 생명이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왜, 넷플릭스가 제작, 지원했는지 사실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완벽한 극장용이라 판단되거든요. 그럼에도 로마는 가정에서 혹은 손바닥 위에서 본다해도 쿠아론 감독 최고작임을 부정하지는 못합니다.

사족이지만, 쿠아론 감독은 로마에서 3역을 했습니다. 연출, 각본, 그리고 촬영. 영화적 동반자인 루베즈키가 당시 스케쥴 때문에 촬영에 동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 재능 넘치는 감독은 단순함만으로 루베즈키를 뛰어넘는 영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되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은게 많아요. 어느 순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하고 싶을 걸 택할 겁니다. 삶은 짧고, 불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