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자전거도둑’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안토니오의 삶의 화두는 가족의 생계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막노동부터 허드렛일까지 이것저것 마다않고 해봤지만, 살림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세기 시작과 함께 두 차례 연쇄한 전쟁의 화마는 안토니오 주변의 모든 터전을 폐허로 만들었다. 종전 후 남은 것이라고는 기록적인 실업과 극도의 빈곤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토니오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도시 곳곳에 홍보전단을 붙이는 정규직(?) 일자리가 주어진 것.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자전거를 소유한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었다. 당장 생계가 급한 사람들에게 자전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안토니오 역시 자전거는 없었지만, 생활비를 구하고자 전당포에 저당 잡힌 오래된 자전거 한 대가 있었다.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안토니오는 아내 마리아와 상의한 끝에 귀한 침대보를 팔고, 자전거를 되찾는다. 자전거를 타고 첫 출근에 나서는 안토니오의 머릿속에는 온통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반나절 만에 누군가에 자전거를 도둑맞고 만다.

절망에 빠진 안토니오는 자전거를 찾고자 혼자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부질없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자전거에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었다. 다음날, 안토니오는 그의 어린 아들 브루노와 함께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고자 도시 곳곳을 배회한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

 

영화 <자전거도둑>(1948)의 서사는 지극히 단순하다. 생사여탈권을 쥔 자전거를 되찾고자 길을 나선 부자(父子)의 하루 여정을 그렸다. 때문에 로드무비의 형식을 따른다. 영화 속 갈등과 해소의 공간은 모두 길 위다. 세트장 촬영은 최소화했다. 실내 씬(Scean)은 집과 교회 등 몇몇 장면뿐이었다.

이는 고정촬영이 주류였던 당대 영화를 전복한다. 통칭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이라고 불리는 영화사조의 결과물이었다. 네오리얼리즘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포착해 드러내는” 표현양식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 파시즘에 대항해 이태리의 영화감독 비스콘티와 로셀리니, 그리고 <자전거도둑>의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의 영화적 작업으로 시작됐다.

이들의 영화사조는 무솔리니 치하의 선전영화와 관습화한 전통적 내러티브 스타일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대신 지배체계의 모순과 비극적 민중의 삶이라는 새로운 피사체를 포착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 <자전거도둑>은 네오리얼리즘의 정점에 선 작품이다.

영화의 요소에도 인위성이 최소화됐다. 등장인물 대부분도 기성배우가 아니다. 주인공 안토니오는 실제 철공소 노동자고, 아들 브루노는 로마의 신문팔이 소년이다. 리얼리티를 더하기 위한 감독의 승부수였다. 결과적으론 승리였다. 90분의 상영시간 동안 안토니오와 브루노의 연기를 극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긴장과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성취는 더 있다. 입체감이다. 영화 촬영에는 소형카메라가 쓰였다. 기술적 진보에 힘입은 결과였다. 카메라는 도시의 사각지대는 물론, 개인의 삶에도 충분히 밀착한다. 때문에 기존 영화에서 보지 못한 세련된 카메라워킹이 다수 등장한다. 안토니오 일행이 자전거 시장에서 각자 부품별로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인물의 시선을 따라 우에서 좌로 패닝한다.

또, 안토니오가 자전거에 아들을 태우고 학교로 향하는 장면에서 자전거에 카메라를 고정해 촬영(오늘날 액션캠과 비슷)하거나, 트럭 안에서 차 밖의 상황이 입체감 있게 묘사되는 등 다양한 촬영양식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메시지를 풀어가는 방법이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그 때문에 외려 집중이 쉽다. 특히, 극의 마지막 결국 자전거를 찾지 못해 절망하던 안토니오가 타인의 자전거를 훔치는 장면에서 영화의 메시지가 극대화된다. 지극히 평범하고, 선량한 개인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다시 가해자가 되는 비극의 악순환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또 무기력한 공권력, 부재한 국가 시스템은 개인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몰고 간다. 6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영화 <자전거도둑>의 메시지가 유효한 이유다.

되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은게 많아요. 어느 순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하고 싶을 걸 택할 겁니다. 삶은 짧고, 불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