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라는 어떤 시스템. 영화 ‘교사형’

    <교사형>(1968)은 참여의 영화다. 관객은 응시의 주체이자, 형장의 참관객이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형장 내 관객의 자리는 시선으로 존재한다. 극 초반 “여러분은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뜬금없는 질문과 설명은 집행에 관객을 몰입키 위한 일종의 유도장치다. 언뜻 사형제도의 윤리를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 차원을 벗어난다. 영화 <교사형>은 제도의 근간 더 정확히 국가라는…

영화 비밀은 없다, 의도된 불쾌와 낯섬

메가톤급 호불호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입니다. 흥행은 실패 했습니다. 그러나 실패를 단정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영화적 성취가 남았으니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평론가는 ‘호’, 관객은 ‘불호’ 입니다. 영화의 무엇이 그들을 매료시켰고, 또 혐오케 했을까요. 그들의 말처럼 <비밀은 없다>는 시대를 앞선, 혹은 자기과신의 영화일까요?.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공통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독창, 참신, 창의, 괴기, 과장, 음울.…

영화 환상의 빛, 당신이라는 ‘기적’

그의 영환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도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 정돈 들어봤을 겁니다. 국내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입니다.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솔직함과 특유의 감수성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에는 거짓과 과장이 없습니다. 히로카즈가 작품에 구축한 세계는 밖과 다르지 않습니다. 스크린 안팎이라는 물리적 경계만 존재할 뿐, 고리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만큼 고레에다…

도리를 찾아서 – 결합지 못한 플롯, 2% 부족한 이야기

<도리를 찾아서>는 전작에서 단기기억상실증을 앓았던 ‘도리’의 이야기입니다. 개봉된 지 올해 13년이 흘렀지만, 영화 안에서는 1년 뒤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도리의 가족 찾기입니다. 기억상실증으로 부모의 이름까지 잃어버린 도리가 희미하게 떠오른 어린 시절 기억을 따라, 가족과 자아를 되찾기까지 하루 동안의 여정을 그려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 <윌-E>를 연출했던 앤드류 스탠튼…

영화 우리들, 봉합된 상처 – 남겨진 상처

정확히 세 번을 봤습니다. 근래 들어 압축적으로 한 영화를 반복해 본 것은 참 오랜 만입니다. 그만큼 <우리들>은 재밌습니다.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 영화를 주목하게 된 것은 순전히 기억력 때문입니다. 전, 사람이건 사물이건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거의 병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면 메모라도 해놔야 하는데 그 마저도 귀찮아서 안하거나 해놔도 뒤죽박죽입니다. 그런데 몇 달 전 본 단편영화의 제목과 감독 이름…

영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희대의 괴작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반영한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시대의 한 풍경을 미학으로서 재현한다.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은유적으로…. 두 개의 극단은 현대사의 아픔을 표출하는 우리들의 표정과도 닮아있다. 그런 면에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하, 나그네)는 무표정한 영화다. 저주처럼 나열되는 죽음과 이별의 반복에도 주인공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더 슬픈지도 모르겠다. 알려진 대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는 분단의…

영화 ‘연애담’ 아쉬운 디테일 – 같이 걸을 순 없을까? (스포)

반가운 소재다. 영화를 보기 전 손짓부터 하게 된다. 우리 문화에서 레즈비언 소재 영화는 또 다른 금기였다. 사실, 적지 않은 퀴어(Queer) 영화가 있지만 절대 다수는 남성 중심의 게이 영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장편 퀴어 영화에서 레즈비언을 단독으로 내세운 작품은 두세편에 불과하다. 대부분 주인공은 남성이고, 여성은 주변이였다. 소수의 영역에서도 여성은 소수였다. 그만큼 우리 안의 보수성은 깊고, 은밀하다.…

영화 ‘경멸’ 고다르 – 자아 혹은 타자의 반영

  경멸의 자기반영 어떤 영화는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다. 두 세계는 동질적이면서도, 이질적이다. 끝없이 서로를 반영하지만, 또한 끊임없이 충돌한다.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접점. 이른 바, 고요하지 않은 ‘냉전’(冷戰)의 상태. 고다르와 그의 영화가 직면한 특유의 상황이다. 영화 <경멸>(Le Mepris)의 리뷰 전에 살펴볼 것이 있다. 그가 인접한 세계다. 고다르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는 기존의…

추억의 마니, 지브리 과거와 미래 어딘가

지브리의 작품은 참 묘하다. 동화적이면서, 때론 기괴하다. 진중하면서도 가볍다. 어떤 작품은 광원(光源)의 각도와 빛 온도까지 계산된 리얼리즘의 작화를 고수하면서도, 어떤 작품은 지나치게 ‘현실’이 간과된 ‘판타지’에 무게를 싣기도 한다. 85년 설립 이후 30년 간 지속한 지브리 왕국의 역사에는 분명 두 가지의 흐름이 존재한다. 이는 포스트 미야자키를 고민하고 있는 지브리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흐름의 근저에 신작 <추억의…